여우숲의 아침, 저녁은 쌀쌀한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듯 하다.

퇴근 시간전 짬을 내어 군불을 때지 않으면 저녁시간이 추위로 인해 부담스러워 진다.

군불을 때기 위해선 장작이 필요한데, 산에 나무가 지천으로 있지만 마땅히 땔감으로 쓸 나무가 많지도 않고, 그것을 사용하기에 적절하게 준비하는것 역시 쉽지 않다.

백오님이 오래전 마련해 둔(?) 큰 나무가 숲에 있다.

전기톱으로 절단해서 산방으로 옮겨가 도끼질을 해야만 비로소 땔감으로서 적절해 진다.

너무 굵어서 전기톱으로 자르지 않으면 힘든다 생각해서 아예 포기를 했었다. 땔감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니 할 수 없이 면소재지에 가 전기톱을 고쳐서 절단을 시도했으나 아뿔싸 하나도 자르기 전에 더 큰 고장이 나서 사용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새로 구입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오전에 톱으로 해 보자 마음 먹고 산으로 들어갔다.

작은 톱이었지만 결국 두개의 덩어리를 수확물로 거두어 들였다. 힘이 더 들겠지만 아쉬운대로 이렇게 버텨야 되겠다 생각했다.

읍내에 갑자기 나가야 할 일이 생겨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톱을 들고 갔는데 예상외로 수리가 되었고, 사용법을 물어서 돌아왔다. 어슬퍼지만 전기톱으로 몇개의 덩어리를 더 만들어 내었다. 환호도 잠시, 톱이 또...

어쨋든 생전 안해봤던 도끼질이 조금은 익숙해져 이틀치 땔감은 만들었다.

해보지 않고 아예 포기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왜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생각했었는지 스스로를 꾸짖는다.

숲에 들어와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나를 보면서 지금 이 나이에 하면서도, 지금이라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버려야 된다고 생각했던 침구들을 아래건물 창고에서 꺼내어 말리고, 다시 부분부분 세척을 하고 나니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할 수 있게 됨도 오늘의 수확이다. 창고를 다시 정리해 보니, 훨씬 더 많은 물품들이 들어왔음에도 여유공간이 넓어졌다.

하루에 한가지씩만 도전해 본다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가슴이 뛴다.

심신이 피곤했던 지난 일주일여를 떨쳐버리는 신나는 하루였다.

멋진 손님까지 맛난 간식을 들고 찾아와 주셨으니 이보다 더 좋을수가...ㅎㅎㅎ

내일은 또 뭘 해보지?